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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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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이쪽인가. (문패 하나씩 훑으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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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방이시더군요. (문패를 훑다가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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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내게는 이웃이 단 한 명 뿐이라 스이레이 군의 존재가 아주 특별하다네! (싱글벙글.) 오늘부터 일주일간 잘 부탁하지. 혹시 유의사항 있는가? 아니면 부탁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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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아. (고개를 끄덕인다.) 뭐 끝 방이시니까.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유의사항이라면 당연히 시끄럽지 않게 한다.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쪽의 유의사항은 따로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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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말고도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방이 하나 있기야 하네만 나란히 있는 것과는 조금 궤를 달리 한다고 보네. 그리고 자네가 한 말은 확실하게 접수했어. 소음이라면 걱정 말게나! (손 맞잡고는 위아래로 살짝 흔든다.) 흐음... 나는 소음에 특별히 민감하지도 않고, 웬만한 건 견딜 수 있어서 말이지? 달리 없네만... 갑자기 돌변해서 나를 저 다리 밑 물바다에 밀어넣지만 않으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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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런 것까지 궤를 같이 하자면 저도 이웃이 세명이나 되는 셈이 되겠군요. (어느 정도 흔들리면 손을 뗀다.) 제가 미쳤다고 카코 씨를 저 다리 밑 물바다에 집어넣겠습니까. 그건 사이코패스나 하는 짓이죠. ……수영은 할 줄 아시죠? 저도 그럼 유의사항 하나 더 덧붙이겠습니다. 갑자기 돌변해서 낭떠러지에서 절 밀지만 않으면 됩니다.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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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작복작하구만. 맞은편은 누구 방인가? 참고로 자네의 다른 옆집 이웃은 소음 걱정할 필요 없어보였네. 자기소개를 함께 들었으니 알겠지만 말이야. (어쩐지 소곤소곤.) 아아~ 하지만~ 알고 보니 자네에게 의외의 일면이 있었을지도 모르잖는가~ (크게 소리내 웃는다. 농담이었다는 듯.) 미리 말해두지. 나는 수영할 줄 몰라! 맥주병이라네! 그러니 부디 유의해주게! (이게 뭐라고 당당한가.) 그래, 자네가 날 물에 빠뜨리지만 않는다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줄 수 있지. 우리는 사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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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제 기억이 맞다면 시로모토 씨일 겁니다. 이쪽 숙소분들은 조용할 것 같아서 다행이군요. 카코 씨의 맞은 편 분은 인유우 씨로 기억하는데, 맞으십니까? 부디 카코 씨와 카코 씨 맞은 편의 분만 가만히 계셔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으리라 생각 됩니다. (자기소개를 떠올리는 듯.) 단언하는데 절대 그런 의외의 일면은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 (농담하며 하하 웃는 모습에도 지그시, 바라보고는) 분명 학교에서 한 번 쯤 수영을 배울 텐데…, 그때도 못 하셨나 봅니다. (빠뜨려 볼까, 생각까지만 하고 굳이 실행하진 않는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아무튼 간에. …한 번 더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고개를 꾸벅.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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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고 있군! 그보다… 가만히 있어야 할 사람 목록에서 나는 빼주게?! 그렇게 시끄럽게 군 기억은 없네만! …(생각.) 여기 모인 사람들 중 말이 많은 편이었던 건 인정하지. 나는 자네들이 지나치게 짧은 소개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짧게 꿍얼거렸다.) 몸에서 힘을 빼는 게 안 되더군. 그대로 물에 빠질까봐 겁이 나서 말이지. 자네는 수영할 줄 아는가? (상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 의중 모를 눈으로 마주 본다.)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예의 바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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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 충분히 가만히 있어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자기소개를 또 떠올린다.) 그리고 일주일 간 지낼 사람으로 이름 말고 더 필요한 게 있을까요. 나이를 통해 친구라도 맺을 것도, 공통점을 찾아 좋아할 사람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굳이 더 필요하십니까? (고개를 기울였다.) 수영은 학교에서 배웠으니까 기초적인 것은 할 줄 압니다. 물에 뜨는 것부터, 앞으로 나가는 것 정도. (정말 기초적인 것만 가능한 듯.) 이참에 다른 사람한테 배워보시는 건? …예의 바르다는 말은 또 처음 들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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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눈에는 그렇게도 내가 예비 사고뭉치처럼 보인단 말인가. 납득할 수 없어… 지금 이 자리에서 근거를 세 가지 이상 댈 수 있다면 넘어가겠네. 자아. (손가락 세 개 펼쳐 내민다. 말해보라는 듯이.) 흐음, 하지만 같은 지부 소속이잖나? 같은 일본 거주자란 말이지. 즉, 마음만 먹으면 서로 만날 수도, 함께 협업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일세. 같은 셀루도스끼리 친목을 다져둬서 나쁠 것 없다고 보네만, 자네 생각은 좀 다른가? (눈을 깜빡이더니,) 정말? 대단하군! 선수가 꿈이 아니라면야 그걸로 충분하지. …그럼 자네가 가르쳐주겠는가? (냉큼 물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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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수 없어도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이어 말하지는 않고 말끝을 흐렸다. 저도 손가락 하나를 펴서 보여주더니) 첫 번째,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걱정했다. 두 번째, 걱정 말고 만남을 즐기자고 했다, 세 번째, 빙고 판에도 어떠한 항목 관계없이 돕겠다고 했다. (숫자가 늘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늘려 보여주었고,) 만남을 즐기며 뭐든 돕겠다는 사람 중에서는 사고뭉치가 많은 편이죠. 지금까지 데이터상으로는 그래왔기에 당신을 예비 사고뭉치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손가락을 접고 다시 손을 내려둔 뒤에는 잠시 말이 없다 고개를 기울이며,) 서로 비슷한 직종이 아니면 협업은 어려울뿐더러 제 성격상 이후 만남을 추구하거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 걸 보면 생각이 다르다고 볼 수 있겠죠? (따라 눈을 끔뻑인다.) 저는 가르쳐 줄 만큼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찾아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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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손가락 하나하나 펴가며 설명하는 동안 말 없다. 말 없이 듣기만 한다. 그러니까, 영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여전히도.) 나는 그냥 자네들과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네만… 그게 문제가 되는가?! 이거 너무하군! 자네가 어떤 고충을 겪어왔는지 몰라도 나는 그들과 다르다네! (억울하다는 듯 스스로를 손가락질 하며 ‘그러니 한번 믿어보게나!’ 덧붙이는 것은 덤이다.) 음, 거절하리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단칼에 잘라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내가 싫은 건 아니지? 사실 누굴 싫어할 만큼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네만 혹시 모르니. 그러면 이대로 데면데면 지내다 집에 돌아갈 텐가? 나와는 방금 잘 부탁한다고 인사까지 나눠놓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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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반응을 보고서는 말을 해도 이해를 못하겠군. 싶어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도 가끔은 문제가 됩니다. 그럼 제가 당신을 믿는 걸로 어떤 이득이 생깁니까? 이것부터 물어봅시다. (팔짱을 끼고는 지그시 바라본다.) 정확히 정정해드리자면 당신이 싫은 게 아니니 그런 점에서는 염려 마시길. 그리고 데면데면 지내다가 집에 돌아갈 때까지만 조용히 지내길 잘 부탁 드린다고 한 것 뿐입니다. 이제 이해가 되십니까? (이것까지도 정정하고서는 뻔뻔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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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 그 부분만 납득시켜주면 되는가? (골똘히 고민에 빠진다.) …인맥은 자네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했었고… 으음, 이거 어렵군. 힌트 하나만 주게. 자네에게 있어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지, 라든지… (빤히.) 자네 같은 사람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니 이해는 된다만 슬프군… 자네 주변만 찬 바람이 쌩쌩 불어. (바다 근처인 탓에 실제로도 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냉랭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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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시켜주면 당신을 못 믿을 이유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가장 큰 가치라……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신뢰는 아무 의미가 없다, 라고 생각하니 제게 가장 큰 가치는 '결과'일까요. (곰곰.) 그러니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시면 되겠습니다. ……실제로 찬 바람 불고 있으니 카페로 갑시다. 추우실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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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라... (곰곰히 생각하며 걸음 돌려 회관으로 향한다. '확실히 춥긴 춥구만.' 중얼거리며 조금 수그리고 제 팔짱을 끼고선 걸었다.) 셀루도스로서 이 곳에 와있는 것이니만큼 능력은 확실하겠지만 정작 그 재능에 대한 기억이 없군. 당장 자네를 내 편으로 만들기는 어려운가... (흘끔.) ...후불은 안 되겠지? 우선은 서로 친하게 지내기로 하지. 기억이 돌아오면 증명하겠네. (잔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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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따라 발을 옮겨 카페로 향한다. 눈도 오는 게 저는 기분이 썩 괜찮았고, 남이 춥든, 그렇지 않든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네가 팔짱을 끼고 걷는 것도 대충 흘려 넘어갔다.) 후불은 힘들겠습니다. 그러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으면 증명 못하는 꼴이 아닙니까. (카페에 도착해서는 커피 두 잔을 내려 한 잔을 네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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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지내다 보면 언젠간 돌아올 걸세! 장기적으로 보자고. 꼭 이 섬 안에서 증명할 필요는 없잖나? 기억이 없는 지금보다 기억을 되찾은 나중이 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은 자명한데. 지금 거절했다가 나중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해도 모른다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벽에 부딪혀서는 묘수를 떠올리는 얼굴로 커피잔 안만 하염없이 들여다 본다. 여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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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이 섬 안에서 증명해야 나중에 일도 계획할 수 있겠죠. 연락처를 주고 받을 계획은 아직 없어서 말입니다. 땅을 치고 후회하는 건 어차피 제 일이니 그건 제가 알아서 하는 걸로 하고. 결론적으로 당신을 믿을만한 이유는 없는 걸로. …커피 식겠습니다. (커피잔을 살짝 흔들어 보인다.) 불가능한 걸 왜 자꾸 하려 하십니까? 그리 도운다고 해도 누가 제대로 노고와 수고를 알아주며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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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자네 마음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겐가. (줄곧 자잘하게 인상 쓰고 있다가 커피 식겠다는 말에 대포처럼 한숨 쏟아낸다. 데지 않게 조심하며 한 모금 들이켰다.) 눈으로 보이는 수치나 물질적인 것만이 보상이 되는 것은 아니잖은가? 그저 누군가를 도왔을 때 오는 기쁨이나 뿌듯함, 성취감 같은 감정들이 내겐 충분히 의미가 있다네. 지금까지 받아온 가르침이기도 하고... ...자네가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한들 이해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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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보죠. 그래서 재미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한숨에도 아랑곳 않고 이제 당신도 곧 그 말을 꺼내겠군요. 하고 덧붙이며 커피 한 모금을 넘긴다.) 확실히……. 저는 카코 씨의 말이 납득하지 못할 것들이니 저흰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에 있겠군요. 걱정은 안 되십니까, 당신의 기억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뭔가 카코 씨는 기억이 돌아올 수 있다. 라고 확신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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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이라도 좀 하게나! 재미 없구만. (상대가 말 덧붙이기가 무섭게 같은 소릴 꺼낸다. 와중에 커피가 주는 온기는 꽤 마음에 들었는지 양손으로 잔을 붙잡고 있었다.) 그래, 상대가 나와 같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지... 그래서 설득이라도 하고 싶었던 건데. (벽이 높아도 너무 높아서 원. 그다지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투덜거림을 또다시 중얼거렸고.)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 나도 불안하다네. 기억 한구석이 비었다는 걸 느낀 순간부터 줄곧. (괜스레 창 밖 바라보며 말 잇는다.) 하지만 계속 불안한 채로 있는단들 무엇도 해결되지 않으니까 적어도 의연한 척 있기로 한 걸세. 자네가 그렇게 보고 있었다면 성공이로군! (경쾌하게 소리내 웃는다.) 많이 걱정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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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재미없다. 말을 꺼내자마자 어? 소리로 답한다.) 바로 그 말을 꺼내실 줄은. 애초에 저희 나이쯤 먹으면 사람 쉽게 안 변합니다. 아시잖아요. (눈을 끔뻑이다 시선을 창밖으로 옮긴다. 눈이 내리는 모습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제법 아닌 척을 잘하십니다. 의연하게 있기로 한다고 그게 마음처럼 되는 일이 아니니깐요. 네, 성공 맞으십니다. 축하 박수라도 쳐드려요? (곧 다시 네게로 시선을 옮기고는,) 그리 걱정되진 않습니다. 기억을 계속 잃게 되어도 제 성격상 모아둔 돈이 있을 테니 여생은 어떻게 할지만 생각하면 되니깐요. 다만, 제가 생각하는 건…… 다른 분께도 여쭤보고 있지만, 기억을 잃기 전 당신과 잃은 후 당신이 동일하다고 보는가. 정도의 궁금증이 생겨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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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말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변하는 경우는 봐왔네만, 그게 자네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잖은가. (대단한 의미 없는 말들이다. 그러니 가능성 열어둬서 나쁠 것 없지 않느냐며. 이어지는 말에 마냥 싱글싱글 웃었다.) 오, 박수쳐줄 겐가? (그럼 해주게. 덧붙이고) 무서울 법도 한데 침착하군. 그렇게 많은 기억을 잃진 않은 모양이야. 그리고, 음... 흥미로운 주제로구만. (생각하듯 등받이에 기대서는 허공에 시선 굴리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상체 일으킨다. 미지근해진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나는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데 주변인의 의견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보네. 그야, 나 자신의 이름조차 스스로 부를 일 없잖은가. 타인이 불러주기에 비로소 '이름'이 될 수 있는 게지. 자네가 나를 '카코 씨'라고 부르기 때문에 내가 카코 유우마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물론 본인의 의지도 무시 못하네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 주변에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봐. 결국 기억의 유무와는 무관한 이야기가 되었군. (뜸 들인다. 어떤가? 묻듯이.) 이제 자네 생각도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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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생각하시는 것도 신기합니다. 좋게 말해 긍정적이시고, 나쁘게 말하면 낙관적이시군요. (전혀 저와는 다른 사람이다. 그리 생각하며 눈만 느릿하게 끔뻑이다가,) 보통 이럴 땐 거절하시던데. …. (그리고 박수를 탁, 탁, 탁. 세 번 정도 친다.) 완전한 기억이 사라졌다기보다는 부분일 뿐인걸요. 저는 대학 기억이나 직업에 관한 기억만 없어졌을 뿐입니다. 그리 말하시는 카코 씨는 많은 기억이 사라지셨나 봅니다. (이어진 행동에는 제 컵을 두 손으로 감싸 톡 톡 소리를 내며 잔을 칠 뿐이다.) 그럼 타인도 없이 무인도로 들어간다면 카코 씨는 카코 씨가 될 수 없겠네요. 남에 의해 결정되는 본인의 존재라니 뭔가 우습지 않습니까. 마치 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본인은 존재할 수 없다는 듯 구십니다. (여전히 톡톡 치는 걸 계속하더니 잠시 말이 없다. 끝에는 저는- 하고 입을 연다.) 기억을 잃은 후의 저는 동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기억으로 만들어진 존재고, 그 기억을 통해 행동하지 않습니까. 과거에 어떤 일을 당하면 그 일을 기피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호기심 가득하게 행동하는 게 사람이니깐요. 그래서 저는 여생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겠다는 거였습니다. 기억을 잃은 상태로 원래 셀루도스로의 칭호는 계속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그 일을 계속할 수도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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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변치 않으니,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군. (뻔뻔히 이런 소리나 덧붙이고선, 탁, 탁, 탁, 세 번 떨어지는 박수 소리를 유심히 듣다가 끝내 감상까지 덧붙인다. 감정이 실려있지 않군! 다음부터는 조금 더 열심히 쳐주게나.) 아니, 나도 자네와 비슷한 수준일세.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기에 혹시나 하고 물은 질문이었지. 그렇다면 다행이군. (답변 이어지는 내내 가볍게 손톱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잔을 응시했다. 상대방이 말을 맺을 즈음에 이번에는 저 쪽에서 말 덧붙인다. 커피 식겠군.) 그럴지도 모르지. 혼자서 무인도에서 5년을, 10년을, 20년을 혼자서 지낸다면 말이야. 언젠가는 언어도, 이름도 잃어버리지 않겠나? 필요하지 않을테니. 사람은 홀로 존재할 수 없어. 그것만큼은 자명한 사실이라네. 그리고, (잠시 숨을 내쉬고, 다시 들이마시는 시간.) 자네 말에는 상당수 동의해.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드는군. 기억을 잃은 자네가 기억을 잃기 전과 같은 길을 걷는 거야. 완전히 같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한 길을. 그래서 결국 자네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셀루도스의 칭호를 되찾는 거지. 재미있지 않은가? 꼭 운명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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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도 좋은 쪽으로 생각이 되겠습니다. (감정이 실려있지 않다는 소리에 괜히 박수를 빠르게 다섯 번 더 치고 손을 내려둔다.) 확실히 다른 분들께 여쭤보니 직업 관련만 잊어버렸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데에 반해 많은 걸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분들도 있었죠. 아마 그분들은 '직업'이 본인에게 있어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추측에 불과하니 흘려들으시길. (이어지는 말에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로 향하고 식은 커피를 흘려보낸다. 다시 따뜻한 커피를 받으면서, 카코 씨도 다시 드릴까요. 하고 덧붙인다.) 방금 하신 말은 제법 카코 씨가 하신 말 중에서 가장 와닿는 말 같긴 합니다. 다른 분들과 대답이 달라서 신선하기도 하고요. 의문이 드는 구석은 천천히 하나하나 여쭤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저희에게 시간이 제법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당장 돌아갈 수 있을 줄만 알았는데 섬에 갇힌 꼴이니 원. (눈을 끔뻑이며 커피가 다시 담긴 컵을 바라보다가,) 먼저, 드신 생각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셀루도스가 되기까지의 과거가 되풀이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할 수 있으십니까? 그게 운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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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잔 주는 말에도 아무렴 좋다는 듯 웃기만 한다. 이전보다 단순히 속도 빠르고 횟수 많은 박수였으나 그만하면 만족한다는 듯 좋아, 하고 대꾸한다.) 아닐세.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으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금방 기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만약 이대로 기억을 잃게 된다면 역시 그들이 걱정되는군. (어디에 가나 싶어 일어나는 모습 빤히 응시한다. 덧붙이는 말에 괜찮다며 고개 저었다. 그럭저럭 마실 만 하니 괜찮아. 버리면 아깝잖나.) 그래? 다른 이들은 뭐라고 대답했을지 궁금해지는구만.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자네는 나와 생각이 꽤 다른가 본데... 기실 대화 몇 번으로도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 정도였으니 그리 놀랍지는 않네. 뭐든 물어보게나. 답해줄 테니. (그렇게 말하는 얼굴이 썩 기껍다.) 으음, 엄연히 따지자면 그렇군. 한 사람이 기억을 잃었을 뿐, 세상이 통째로 과거로 돌아간 게 아니니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라도 과거를 되풀이한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겠어. 방금 말은 취소하지. (짧은 시간 생각에 잠긴다. 차게 식어버린 커피를 들이켰다. 이내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하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운명적이지 않은가? 첫번째 길에서도, 두번째 길에서도 모두 같은 지점에 도달한 거라네. 결국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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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아 이렇게 웃는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다가도 곧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서 네. 하고 맞받아친다.) 뭐어, 걱정까지 할 게 있습니까. 어련히 알아서들 하시겠죠. 애도 아니신데 어떻습니까.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이 섬에서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중요해졌는걸요.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컵을 잡아 맞은 편에 다시 앉는다.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바라보며 입을 열면, 버리면 아까워도 당장 더 좋게 마실 수 있는 게 좋으니까요.하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기억을 잃어도 본인은 본인이다, 기억을 잃으면 다른 걸로 증명하면 된다. 같은 말들이 많았지요. 지금껏 해온 대화에서 대략 눈치채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생각이 꽤 다릅니다. 뭐든 물어보면 답해준다고 하셨는데 정말 제가 어떤 질문을 해도 답을 해줄 수 있으실까요? (테이블 위에 손을 올리고 턱을 괸다.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도 말이 없다가,) …우리가 모두 이렇게 만나고 여기에 들어와서 섬에 갇히는 것까지 모두 운명이라는 말씀이 됩니다. 그런 운명까지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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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츠하시 군, 자꾸 그렇게 맞는 말만 하면 사람들에게 인기 없다네~. (물론 다들 성인이지만 걱정 좀 대신 해준다고 어디 닳는가! 퍽 장난스러운 투로 말 잇는다. 장난치기 참 좋은 사람이로군, 뭐 그런 생각 하면서.) 최악의 상황엔 우리끼리라도 탈출을 도모해야 하지 싶어. 지금 당장은 지내기 좋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물자가 동나지 않겠나... ...뭐,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네. 여기는 섬이니 자력으로 탈출한다는 건 터무니 없이 막연한 생각이지만. (다시금 맞은편에 앉은 상대 보며 고개 끄덕인다.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 어떤 질문을 해도? 그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네만... 최대한 노력해보지. (자세 바로한다. 진지하게 듣겠다는 듯이.) 나는 오롯 결과에만 초점을 두고 한 말이긴 했네만, 어떤 관점에서는 이 또한 운명일 수도 있겠군. 뭐... (눈동자가 한번 허공을 구른다.) 혼자인 것보다야 낫지 않겠나? 이미 벌어진 상황에 받아들이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않은가. 자네 말대로 이제 중요해진 것은 탈출 여부인 것을. (탁자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서 주의를 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뭐가 그리 걱정인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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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인기로 밥 벌어먹게 생겼습니까. (본인은 본인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님을 파악하고 있다. 그렇기에 너를 미간을 좁혀 지그시 바라보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다.) 최악의 상황이라…. 어쩌면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자는 채워준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이런 규칙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을 믿기가 어려…… 아니, 믿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창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이젠 카코 씨가 본인을 믿음으로 어떤 이득이 생기느냐에 관해서 기억이 돌아와 증명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도 믿을 수 없게 되겠군요. 저야 뭐 늘 그랬듯 사람을 안 믿으면 되는 일이지만 카코 씨처럼 믿어달라고 하는 분께는 슬프게 됐습니다. (슬프다고 말함에도 표정은 그다지 변화 없다. 형식상 내뱉는 빈말일 뿐이었다. 이어진 진지한 대답에도 그다지 별 대꾸를 하지 않다가 탁자를 치는 소리에 시선을 네게 향한다) …글쎄요.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요. 굳이 생각해 보자면 탈출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포코나의 규칙처럼 사람을 죽인다로? 실제로 죽인다고 하더라도 안 들키고 어떻게?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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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기억을 잃은 걸지도 모르지. 왜, 있잖은가. 스타 강사 같은 거. (미간 좁히는 것 보곤 제 이마 중앙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인다. 인상 펴라는 듯이. '까칠한 컨셉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이들도 있던데.' 무게감 없는 투로 덧붙였다.) ...그렇군. 그런 이유라면 강제할 수는 없지. 결국은 모두 남이지 않은가. 나는 그렇기에 오히려 서로 멀어져선 안 된다고, 더 많이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긴 하네만... 아무래도 전보다는 다들 거리감이 생길는지. (시선 떨군 채 눈 두어번 깜빡이다 상대를 본다.) 사람을 죽여서라도 이 섬에서 나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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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러 놀리려 그러시는 겁니까? (그럼에도 미간을 풀지 않고 바라본다. 말에 무게를 가지시는 편이 좋으시겠습니다. 하고 덧붙인다. 퍽 불만이 많아 보이는 눈치다.) 전보다는 다들 거리감이 생길 겁니다. 그래도 카코 씨께 다행인 점은 제가 이 중에서 가장 부정적인 사람인 것 같으니, 거리감이 생겨도 저보다는 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어 시선을 맞추고는) 네, 오늘 상황만 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일이 사람과 사람이 엮여 생긴 실수라고 하더라도 왜 없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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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는 진심이라네? (여전히 장난기 거두지 않은 채다. 조금 무게를 가지는 게 좋겠다는 말은 대꾸하지 않고 넘긴다. 일련의 사건 이후 전체적으로 목소리 톤이 훅 가라앉았음에도, 어느 정도는 여상스럽다.) 부정적이라는 건 어떤 의미에서 말인가? 자네는 속에 있는 말을 가감없이 꺼내는 편이니 오히려 대하기 편할 수도 있어. 그리고... (순간 눈 앞에 해수욕장의 광경이 그려진 탓에, 눈 한번 꾹 감았다 뜬다.) ...그렇게 확신하기 보다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 쪽에 가깝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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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느 정도는 또 거짓말하신 게 맞지 않습니까. (그제야 미간을 푼다. 저도 오늘 겪은 것이 썩 좋은 감정은 아니었는지 평소보다 좀 더 피곤한 태도이다.) 아마 가감 없이 꺼낸다고 생각되는 말도 어느 정도 필터링되어 있다는 정도. 물론 카코 씨도 필터링해 주시고 있겠지만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재미없고 부정적인 의견만 꺼내는 인간인지라 정말 편하게 대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선을 굴려 다른 쪽을 바라보고서는)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데 이런 일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지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더라도, 신은 없으니깐요. 무슨 생각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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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면 곤란하지. 포인트는 진심이 들어갔다는 부분인데. 대꾸한다.) 뭐... 그런 건 주변 사람의 말을 듣기 전까진 모르는 거고, 말을 하기 전에 한 차례 필터링을 거치는 건 만인의 전제 조건이라네. 뭣보다 나는 자네가 대하기 편하네만? (반박할 말 있냐는 듯 바라보다가.) 신은 없다, 고. (한 모금조차 남지 않은 잔을 괜히 들어선 쭉 들이킨다.) 그렇지. 그럴지도. 자네는 정말이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군. (소리없이 웃음 터트린다.) 별 건 아니고, 어제부터 줄곧 코 끝에 묻은 피냄새가 지워지질 않아서 고민 중이었다네. 시간이 답이리라는 생각은 하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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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그시 바라보기만 하다가도 아, 네. 같은 소리를 낸다.) 다른 누구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이런 말씀 하시던데 카코 씨는 생각보다 저를 믿으시나 봅니다?(나름 반박했다.) 누구한테 의지하지 않는 건……그게 마음이 편하니까요. 뭣보다 배신당할 일도 없고. (턱을 괸 손을 빼며 팔짱을 낀다.) 그건 지우기 힘들 텐데. 그래서 부검의들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첫 출근날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야 익숙해진다. 고들도 하더군요. …음, 다른 향이라도 맡게 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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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기 편한 것과 믿는 것은 엄연히 다르... ...네만 당연히 믿고 있다네. (재빨리 수습한다.) 그렇군. 하지만... 외롭지는 않은가? 사람이 조금이라도 의지할 구석을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네. 쓸쓸하니까. 불안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종교를 믿는 이들의 심정은 이해해. (눈 꿈뻑이다가, 이어지는 말에 흘끔 본다.) 음? 뭐라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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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속마음이라도 들어?버린 것 같아서 또다시 지그시 바라만 보다가) 그만큼 저를 믿으면 되는 일 아닙니까. 외롭다고 느껴도 그냥 그렇게…사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뭐, 저도 카코 씨 말마따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카코 씨는 종교가 있으십니까? (이어지는 말에는 자리를 일어나면서,) 마트에 향초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거라도 하면 어떨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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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 스을쩍 회피하다가 습관처럼 잔 들어 들이킨다. 내용물이 단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음료 삼키는 소리 대신 스읍, 하고 공기 들이마시는 소리가 난다. ...말 없이 내려놓았다.) 내가 자네를 믿으면 자네는 나를 믿어줄 거고? 신뢰 더치페이가 안 되잖나! (갈! 텅 빈 잔 들고 상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니...무교라네. 그리고 향초, 괜찮군. 효과가 있을는지... 일단 시도라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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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마시는 소리에 '네, 잘 들었습니다. 그게 진심이군요.' 같은 말을 붙인다. 그제야 시선을 떼고 나면) 흠, 그것도 그렇군요. 신뢰 더치 페이라…. 이거 단어 마음에 드는데 종종 써도 괜찮겠습니까? (무슨 싸우는 데 단어 마음에 든다는 래퍼마냥..) 하기사 그럼 서로 안 믿는 걸로 합시다. 해결 완료. 그리고 다음 건으로 넘어가면, 인공적인 향은 괜찮으시고요? (마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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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든다니, 이상한 곳에서 사고가 다른 곳으로 튀는구만... 물론 써도 상관은 없네만. (그걸 또 아무렇지 않게 허락해 준다...) 그리고 뭐, '해결 완료'...? 그걸로 땡인가?! 여전히 냉정하군...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젠 거의 감탄사 수준. 따라 걷는다.) 계속 맡으면 어지럽긴 하겠네만... 으음. 너무 향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잠깐이라면 괜찮을 것 같네. 추천하는 향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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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같은 이야기만 계속 하면서 살아간답니까. (그리고 넘겼다.) 말마따나 신뢰 더치페이가 그렇게 됐는데 굳이 더 이야기 할 이유도 없고 넘기는 게 낫죠. 이것도 나름의 해결 방법입니다, 모두 하나하나 정하지 않아도. (이후 마트에 도착할 때까지 별 말이 없다. 도착해서 향초 코너로 간 다음에야 우드 계열의 향초를 하나둘 골라 준다.) 그 중, 블랙 우드는 겨울향인데 어떠십니까. 인공적인 건 싫다고 하시고, 이런 쪽을 선호하실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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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독특한 면이 있다니까. 추임새처럼 덧붙인다.) 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자알 알겠네. 이미 생각을 정한 듯 하니 내가 곁에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설득되지 않으리라는 사실도 이젠 경험으로 알지. 우리는 더치페이할 신뢰가 없는 사이로군... 쓸쓸하구만. (그러면 이쪽에서 상대 몫의 말까지 혼자 주절거리며 걷는다. 대개 큰 영양가 없는 말들이다.) ...오, 시원하군. 자연적인 향도 나고. 나쁘지 않아. (공중에서 손 휘저어 시향해 보면 썩 마음에 든 눈치다.) 더 볼 것도 없이 이걸로 하겠네. 이런 쪽을 잘 아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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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니 더 나눌 것도 없죠. (네. 네. 딱딱한 소리로 답을 대신하며 걸었다. 누가 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모양새였다.) 마음에 드신다면 다행입니다. 음, 향초를 만든다거나 추천해 주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왜인지 모르게 이십 대 초반에 찾아봤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 기억을 토대로 추천해 드린 것뿐입니다. 저에겐 크게 도움은 안 됐었지만. 제가 카코 씨께 도움이 되었으면 카코 씨도 슬슬 저에게 도움이 될 일을 해주실 때가 됐는데……. (사심 없이 바라본다. 별 뜻 없는 빈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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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계속 서로를 알아가보자고 하는 중이잖은가. 계속! 계속!! 지금까지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겐가, 자네는! (실시간으로 속 터진 만두가 된다.) 이십 대 초반이라면... 단순히 향초에 관심이 있었을 수도 있겠군. 그렇잖으면 한창 마음이 불안한 때였다던가. 향초에는 심신 안정 효과가 있다고 하잖나. (추천받은 향초 하나 들고선 자리를 뜨려다가, 이어지는 말에 얼굴 마주본다.) ... ...자네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 ......진심인가? 무얼 바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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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죠?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나요. (속 터진 만두를 더 터뜨리는 중.) 아마 그런 연유로 찾았던 거겠죠. 기억 안 나는 건 대충 넘기렵니다.(그러다 저도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려던 때 표정을 보고..) ……? ……?? 저도 사람입니다. 남들한테 도움 좀 요청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예를 들면……. (그리고 한참을 말이 없다.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닫았다는 하긴 하다가…) …지금은 없으니,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죠. 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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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건 뭐가 있는가? 그저 대화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자연히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을. 자네는 친구나 지인의 선이 너무 높은 것 같네. (진정했는지 스스로 주섬주섬 만두피 꼬매기 시작.) 물론 그렇지. 그렇네만... 자네는 독립심이 너무 강해서 웬만한 일은 전부 혼자 처리할 것 같았다네. (예를 들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조금 기대하는 얼굴을 했다가, 상대가 말을 말자 대놓고 실망한 표정이 된다.) 아아...... (탄식.) 말하다가 중간에 끊는 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악랄하지 않은가? 킵... 킵이란 말이지. 말하기 싫다면, 알았네. 자네가 말해줄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리지. (돌아가세.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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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듣자마자 즉각,) 어려운데요. 선이 높아서 나쁠 건 없습니다. 그럼 배신 당할 일도 없고 말이에요. (더 터지는 소리를..해버렸는지는 알길이 없으니 그저 넘기기로 한듯.) 지금 당장은 당신께 필요한 게 없는데 어떡합니까. 말하기 정말 싫은 것보단 없어서 그런 겁니다. (먼저 발걸음을 마트 바깥으로 옮긴다.) 그런데 되게 제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신 눈치입니다. 조수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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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일세. 하지만 예상했던 답변이로군. (마찬가지로 뜸 한번 들이지 않고 바로 나오는 대꾸. 낙담했다기보다는 다음을 기약하는 투다.) 혹시 자네는, 가까운 이에게 상처 받은 경험이 있는가? 전부터 계속 비슷한 이유를 대는 것 같아 말이지. (한 걸음 정도 뒤에서 따라 걸었다.) 아니, 물론 조수로서 누군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라네. 하지만 말했듯 자네는 웬만한 일은 혼자서 할 것 같아서 어쩐지 의외라고 생각해버렸군. 그리고 자네는 나를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하는 줄로 알았네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도움 더치페이를 요구한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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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고 그랬던 적이 있나, 음 소리가 길게 뺴진다.) 아뇨,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카코 씨의 말씀대로 제가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죠.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돌렸다. 계속 발걸음을 옮기다가,)조수로서 어려운 일을 시키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예를 들어 살인을 시킨다거나. …물론 방금 말은 장난이고요. (그리 말해도 별 다를 바 없는 표정이다.) 못 하는 일은 딱히 없으십니까. ……그리고 전 카코 씨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마음에 들지 않다고 느끼시는 건 착각일 거고요. 애초에 모두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은 중간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아깐 신뢰 더치페이에서 지금은 도움 더치페이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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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런가? 조금만 오래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하면 다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니 영 불편하군. 어서 모두가 기억을 되찾으면 좋을 텐데... (그럼 되었다며 어깨 으쓱이다가 이어지는 말에 고개 틀어 바라본다.) 장난 치고는 꽤 짓궂군. 못하는 일은 딱히 없냐기에 답해주는 거네만, 사무소에서도 불법적인 의뢰는 철저히 쳐내고 있어서 말일세. 그러니 당연하게도 살인 같은 요구는 기각이로군. 자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바로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수 밖에. (똑같이 농담으로 받아친다.) 그래? 싫어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야, 뭐어... (시선 굴리다가.) 아, 그런데 무관심이 나은지, 비호감이 더 나은지 따지자면... 이거 어려워지는구만. (쓰잘데기 없는 고민이다...) 으음. 그건 자네가 신뢰 더치페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것 같기에... 참고해보았네. 어떤가. (약간 우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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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들어보니 단순한 기억상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더군요. 상대도 분명 유명한 셀루도스일텐데 상대에 대한 기억도 하나도 없는 걸 보아하면…. (계속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일당백, 일손이 모자라다면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카코 사무소. 아니었습니까. '무엇이든'의 단어를 수정하셔야겠습니다. 아니면 보험 약관처럼 하단에 '불법적인 일은 거절합니다.'하고 써두시는 건. 그리고 저 그런 생각 안 합니다. (농담이라도 양손을 낮게 들어 올려 보인다. 몸을 돌려 다시 걸어가면,) 그럼 제게 비호감 될 일이라도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반대로 호감 가는 일을 하셔도 되고요. 후자는 어려워도 전자는 제법 쉬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제가 카코 씨께 비호감 되는 행동을 해볼까요. (이미 했을지도...) ……음. 신뢰 더치페이는 꽤 괜찮아서 좋았는데 도움 더치페이는 구질구질해서 별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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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일세. 나도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일전의 일로 기억은 모두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둘씩 기억을 되찾을 때마다 내게도 그들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는 것이... 알면 알수록 기묘하군. (상대가 돌아보면 시선 마주쳤다가, 익숙한 문구에 눈이 조금 커졌다가, 이어지는 말에 아아... 하더니,) 내 직장은 흥신소나 해결사 사무소가 아니네만~? 범죄일세, 범죄! 나는 엄연히 준법시민이란 말일세. 자네,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눈 가늘게 좁히곤 손가락질하며 타박한다.) 아니, 자네가 내게 비호감 행동을 해서 뭣하는가. 실은 내게 미움 받고 싶었던 거라면 말리진 않겠네만... (비호감은 몰라도 이상한 사람 보듯 하는 시선은 0.5스택 정도 쌓였다.) 복잡하구만... 신뢰는 되는데 도움은 안 된다니. 좀처럼 개그코드를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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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본인에 대한 기억만 사라졌다면 남들한테 물어서 알 수 있었을 텐데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정말 저희는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게 맞을까요. 그리고 뭐라고 생각하냐 물으면 아무래도 그 선전 문구랑 이 모습이죠. (그거 있잖아요. 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이다.) 홍보만 많이 봤지 실제로 조수가 필요한 적은 없어서 어떨지 생각도 안 해봤는걸요. (손가락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걷다가 손가락질하는 손가락을 잡아버린다.) 무관심이 나은지 비호감이 나은지 고민되신다길래 제가 대신 해드릴까 했죠. 보통 사람이 호감을 얻는 법보다는 비호감이 되는 방법이 더 쉬우니까 그랬던 건데……. (이어진 시선에 어휴, 하고 손을 놓는다.) 재미없는 사람 웃기려고 해서 뭐…어디 이력서라도 쓰시려고 찾으시는 겁니까? 이건 조수 이력서에도 쓸모가 없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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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지. 그때는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웠을 테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네. 음... (기억을 잃은 이유에 대해선 잠시 말이 없다가.) ...그건 우리로선 알 수 없군. (상대가 포즈를 따라하면 또다시 아아...... 하고 탄식한다. 이번엔 조금 더 길다.) 아무리 길거리 여기저기 붙어있다곤 해도 본인 앞에서 따라하는 건 실례일세... ... ...어쩐지 낯부끄럽구만. (눈 질끈. 감고 있다가 손가락 잡힌다. 아. 아아. 과장된 비명.) 하지만 자네와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도?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뜻이라네. 음... (자유가 된 손 괜히 허공에 몇 번 흔들다가 내려놓는다.) 역시 그만두지. 뭐가 더 나은지는 몰라도 한번 마이너스 감정이 쌓이면 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이어지는 말에.) 늘상 무뚝뚝한 표정만 짓고 다니기에 다른 표정은 지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그러네만. 문제가 되는가? (뻔뻔하게 나가기로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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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감정은 아니네요. 이것도 지금까지 눈치를 못 챘다는 게. 바보가 돼서 굴려진 느낌입니다. (눈을 두어 번 느릿하게 끔뻑인다. 그동안 별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라고 해둔 것 아닙니까. 웬만한 연예인들은 그런 포즈를 한 걸 봤다 하면 다들 좋아하던데요. 카코 씨는 연예인 되시긴 글렀습니다. 좀 더 뛰어난 조수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당연히 반기셔도 될 일 아닙니까. 낯부끄러워도 참으십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과장된 비명을 듣고서는 작게 약골. 하고 덧붙일 뿐이다.) 대리 경험을 할 수도 있지 않나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사람일 수도 있고요. 포기하신다면 그냥 저한테는 무관심의 대상으로 남으시면 됩니다. 그러다 언젠가 한 번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한 가지 하게 되신다면 알려드리지요. 그때 가서 겪으시면 될 테니까. (이어진 말에는 그저 지그시 너를 바라보다가 미간을 다시 좁힌다.) 다른 표정 지어드렸습니다. 됐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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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감정을 너무 오래 곱씹고 있지는 마시게. 바보가 되어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으니. 그리고... (뜸 들이다 곧내 깊은 한숨 뱉는다.) 그건 선전... 내지는 자기 PR 목적으로 한 것이 맞네만...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인데, 나는 연예인이 아니고, 그렇게 될 생각도 없다네! 물론 그래, 기회가 있다면 방송도 나가고 SNS 소통도 활발히 하고 있네만!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즈니스고 내 감정 상태과는 무관하지 않은가! (버럭버럭... 지레 찔렸는지 변명이 길다. 작게 덧붙이는 소리에 흘끗... 쳐다보다 만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화를 생각하면 자네와 나의 공통점을 찾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여. 나는 그만한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고 말일세. 그러니... (그래. 알려주겠다는 말에 고개 끄덕인다. 미간 좁힌 얼굴 바라보다가 검지 손가락으로 네 미간 꾸욱 눌러 편다.) 이건 너무 많이 봤네만.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니라, (미간 좁힌다.) 이걸세. (다시 미간 풀고는, 손가락으로 제 입매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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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을 텐데요. (음, 소리가 나곤 제 손을 만지작거린다.) 기회가 있다면 방송도 나가고 SNS 소통도 하는 비즈니스가 연예인이라고는 생각 안 하시는 겁니까. 그럼 감정 상태도 같이 물어봐 드릴까요.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체크하는 듯싶더니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그만한 리스크는 왜 지고 싶지 않아 하시는지. 원래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서라면 어떤 리스크든 한 번 지어봐야 제대로 아는 거 아닌가요. 지고 싶지 않으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카코 씨나 저나, 둘 다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아 말을 아끼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말고요. 하고 뻔뻔하게 덧붙여 놓고서는 이어 말한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부분이 계속 적은 상태로 남아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당신의 리스크가 어떤 게 있길래 지고 싶지 않은지 들어봅시다. (미간이 눌러지자 으, 하는 소리를 짧게 낸다. 이내 곧 미간이 풀리면) 그런 표정 없습니다. 뭣하면 웃겨 보시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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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우리 중 두 명이 남을 때까지 반복되지만 않았으면 좋겠군... (이어지는 말 못 들은 척 넘긴다. 대신 '내 대답들로 내 감정 상태가 어땠는지는 대충 눈치챘을 것 같아 넘어가겠네.' 대꾸했다. 황당한 얼굴 마주하곤...) ... ...그 말엔 공감하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곤란하단 얼굴로 공연히 시선만 옆 어딘가를 향한다. ...그 상태로 잠시 딴청을 부리다 곧내 화제로 돌아왔다.) 나는... 아니, (말 한번 삼키고.) 그냥, 안 그래도 골치 아픈 상황에 괜한 일로 자네들과 다투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뿐이야. (이조차 몇 번 말 골랐음이 명백하다.) ...웃기면 웃어주는가? 자네는 희로애락 중 희와 락이 부재한 사람 같다네. (사람 앞에 두고 냅다 이런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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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정신이 박힌 사람 몇은 있겠죠.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한테 죽지 않는 이상 두 명이 남을 때까지 반복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못 들은 척 넘기는 너를 지그시 바라보다 이어진 말이 끊기며 곤란한 얼굴이 되자 다시 '겁쟁이.'하고 작게 덧붙였다.) 뭘 그리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다투면 다투는 대로 안 맞는 사람이라 하고 끝내면 될 텐데. 물으면 또 숨기실련지요. (바보 같은 상황에 계속 몰두하는 것 같아 제가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그 때문에 깊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생각해 보고요. 그리고 저도 웃고 우는 사람입니다만? 요즘 들어 자꾸 저를 평범한 사람에서 멀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 가면이라도 쓰고 다닐지 고민 중입니다. (이걸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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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모두 제정신 같아 보이더니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거나, 정신 건강이 나빠졌다거나, 그 즈음에는 제정신인 사람이 단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굳이 꺼내지 않는다. 괜한 말 하는 대신 '그랬으면 좋겠군.' 희망사항을 간단히 내뱉었다. 이어 겁쟁이, 하는 말에 움찔한다.) ... ...자네... 역시 나를 싫어하는 게지? 아까 한 말은 거짓이었던 것 아닌가? (괜히 얄밉다는 생각이 들어 눈 가늘게 뜨곤 쏘아붙였다.) 그리고 숨기다니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군. 거짓말은 한 적 없고, 정말로 그 뿐이네만. (결국은 또 한번 얼버무리고선, 한숨 소리에 눈만 한번 길게 꿈뻑였다. 뻔뻔한 얼굴이 자리한다.) 자네가 말하는 평범한 사람... 이 정확히 무언지는 몰라도, 가면을 쓰면 더욱 멀어지리라는 사실만은 알겠군. 그러지 말게나. (손 휘휘 저으며 만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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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좋겠군. 하는 소리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다만 말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본 무언가들이 대신 말을 해주는 듯했다. 이어진 말에는 고개를 기울이며) 저, 방금까지 카코 씨를 싫어한다는 말은 안 했는데요. 어디서 그런 뉘앙스를 느끼셨는지. 그냥 본인이 찔리시는 거 아니십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약골. 겁쟁이. 하고 다시 말한다.) 거짓말한 적은 없으시죠. 말씀을 안 하신 적은 많겠지만. 그리 말씀하시니까 저희가 진전이 없는 겁니다. (이어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한참을 말이 없다가, 이윽고 낮게 말을 꺼낸다.) …그럼 제가 카코 씨께 믿음을 드리면 되련지요. (휘휘 젓는 모습에는 눈을 끔뻑이며 바라보다가,) 왜죠? 가면이라도 쓰고 다니면 그냥 이런 표정을 보고 싶다. 하고 생각 안 하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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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하려 입 열다가 짤막하게 다시 뱉어지는 단어들 듣고선 도로 입 다문다. 대신 눈 한번 질끈 감았다 뜨고 나면 원래 가늘던 눈 더욱 가늘어진다.) 어디서 그런 뉘앙스를 느꼈느냐고... 다 알고 있잖은가? 알면서 태연하게 되묻는군. 아아, 이제 되었네! 대체 왜 저런 장난에 휘말리고 있는 건지... (꿍시렁거리며 한숨 한 번 내쉬곤 만다. 이어질 말 기다리는 동안 구태여 인상을 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건만, 듣고 나면 자연히 힘 풀린다. 대답까지 짧은 뜸이 있었다.) ... ...믿음. (뜸.) ...자네가? (손가락질 한다.) 내게? (이번엔 저를 손가락질 한다. 멍하니 허공 보다 상대 이마에 손 짚는다. 이어질 말에 대답할 정신은 없어보인다.) 이상하군... 열이 나는 것 같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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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제가 놀리기 좋다 하셨으면서 이젠 반대네요. 오히려 놀릴만한 구석은 카코 씨가 더 많은 걸로. 원래 기억이 더 많은 사람이 이럴 때 불리한 겁니다. (팔짱을 끼더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딴청까지 부린다.) 네, 믿음이요. 제가 당신한테. (이어진 행동에는 미간을 좁히면서 하? 소리가 나더니 ) …뭡니까? 사람이 기껏 생각해서 좋은 말을 해줘도…… 됐습니다. 그냥 흘려 들으세요. 더 이상 카코 씨한테 이런 말 안 할 겁니다. (손을 뿌리치고는 다시 저벅저벅 다시 갈 길을 걸을 뿐이다.) 이게 무슨 병주고 약주고 받기 인지…. 서로 계속 병주고 약받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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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하다하다 내 기억 탓을 하는가. 자네는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가지고 있을지 두고 보겠네. 모쪼록 트집 잡을 거리가 참 마~않았으면 좋겠군. (불퉁한 투로 대꾸하다가 딴청 부리는 바에 한숨 쉬곤 시선 거뒀을 테다.) 엇. (뿌리쳐진 손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고개 돌려 갈 길 가는 뒷모습을 본다. 또다시 멍하니 보고만 있나 싶더니, 조금 거리가 떨어져서야 이름 부르며 후다닥 뒤따른다.) 우츠하시 군, 화 났는가? (기웃.) 내가 미안하네. 놀라서 그랬어. 자네를 무시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횡설수설하다가 또 다시 등 뒤서 기웃거린다.) ...그런데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는지 말해주면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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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도 홍보 선전물 같은 건 안 찍었을 겁니다. (다시 홍보물을 상상하는 듯하다가, 뒤따르는 모습에 걸음 속도를 살짝 늦추…. 긴 커녕, 오히려 조금 더 빨라진 것 같다.) 아니, 화 안 났습니다. 그냥 예상은 했는데 그런 반응이니 더 말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뿐. 더 필요하십니까? (횡설수설하는 소리가 줄어들고 기웃거림이 느껴질 땐 다시 걸음을 멈춘 채였다.) ……그야 저는 기억도 없으니 기억 있는 사람한테 믿음 한 번 줘서 나쁠 거 없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게 답니다. 저희 둘 다 지지부진하니까 누구 하나는 용기를 내야지 흐름을 타지 그것도 아니라면 계속 제자리걸음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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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그 홍보 선전물 참 좋아하는군! (지나간 줄로만 알았던 화제가 다시 튀어나오자 당황했는지 버럭 한 소리 한다. 걸음이 빨라져도 속도 맞추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상대가 걸음 멈췄을 때쯤 두어 걸음 정도 더 걸음으로써 나란히 섰을 테다.) 그런가. 보통은 반대가 아닌가 싶은데... (그러니까, 기억 되찾아 여유 있을 저가 믿음 주는 쪽이어야 하지 않느냐며.) 자네가 먼저 그런 말을 꺼낼 정도라면 내가 어지간히도 답답하게 굴었나 보군. (그러고선 잠시 생각에 빠진다. 곧내 장난기 섞인 얼굴로 웃었다.) 하지만 용기 낼 생각이 들었다는 건... 어느 정도 관계를 진전시킬 생각이 들었다는 뜻인 겐가~? (방긋. 방긋.) 자네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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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좋아합니다. (덤덤하게 그냥 지나가는 말로 내뱉는다. 진심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카코 씨가 그걸 원하지 않아 하셨지 않습니까. 계속 반복하느니 진전 시키는 게 낫죠. (지금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지 잔뜩 뚱한 표정이다.) ………장난 하는 거 아니었는데. ……카코 씨는 장난으로 여기신다면 더 이야기 할 필요가 없겠군요. (그러다 덥썩, 네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서는) 이 머리로 긍정적인 발언이 나올 게 아니라 놀릴 생각만 가득하지 않습니까. 네? 장난 치실 때이십니까. 네? 네?? (네, 한 번 발음 할 때마다 목소리가 조금씩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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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말이나 못하면. (빈말인 걸 알아 한숨 한번 내쉬곤 만다. 표정 보고 나면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한 미안함이 약간, 하지만 그보다 뚱한 표정 지으면서도 말 물리지 않는 것이 어쩐지 즐거워 소리내 웃으려던 찰나 얼굴 붙잡힌다.) 앗, 엇. (깜짝 놀라 웃음기 쏙 들어간다. 눈 동그래져선 마주보다가 움직일 수 없는 고개 대신 시선만 하릴없이 굴리다 다시금 마주본다.) 그, 내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해서 한 말이었네만... (일단은 진실. 잠시 달싹이다가.) ... ...그런데 놀리고 싶어지는 걸 어떡하나...? (말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말 툭 내뱉고는 시선 피한다.) ... ... (뜸.) ...일단 이거 놓고! 놓고 말하지! (지레 찔려 손목 붙잡고는 떼어보려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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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나 못했어도 당신 붙잡을 정도는 충분합니다. 진지하게 생각해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자꾸 사람을 놀리시기나 하고. (마주보는 표정은 덤덤하다. 딱히 별 감정을 담지 않았던 표정은 떼어보려고 시도하는 모습에 가볍게 하. 소리를 내며 미간을 조금 좁힌다. 이어 손을 뗀다.) 일단 놔드립니다. 놀리고 싶어도 다음부터는 좀 더 참으세요. (본인도 많이 놀려놓고 이런 말이나 뱉는다.) 그래서 답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예스, 혹은 노로만 대답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다. 답을 기다리는 마냥 발이 탁, 탁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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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말로 진지하게 받아들였... 네만, 자네 반응이 궁금해서 놀려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니 변명의 여지가 없군. 인정하네. (억울한 투로 말문 연 것 치고 마지막은 꽤 깔끔한 인정으로 끝난다. 손 떨어지고 나면 제 볼 꾹꾹 눌렀다가, 손 제자리로 되돌린다.) 일단은 또 뭔가. 그리고... ... (좀 더 참아보란 말엔 저도 확신이 없는지라 잠시 말 없다가 뒤늦게 '노력해봄세.' 대꾸한다. 이어 상대 얼굴 보다가, 탁탁 소리 내며 재촉하는 발을 보다가.) 그, 우선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예스네만... 궁금한 게 있는데. 신뢰라는 건 물건이 아닌지라. 주고 싶다고 줄 수 있는 게 아니라네? 어떻게 줄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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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정하셨으면 됐습니다. 제 반응은 이제 다 보셨을 거고…. (그제서야 팔짱을 끼고서는 바라본다. 여전히 살짝 미간이 좁혀진 채다.) 앞으로 또 그러시면 또 잡으려고 그럽니다. 노력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노력에 실패하면 또 그러겠다는 말씀이시니까요. (이어진 행동으로 턱을 괸다. 대답을 듣고서야 움직이던 발이 멈추고 흠, 소리가 길게 빼진다. 그리고 잠시 후,) 글쎄요. 그거까진 아직 생각을 못했습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같이 있는 것 정도면 신뢰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틀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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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한참 전부터 좁혀져 있던 미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곧내 손가락으로 미간 꾹 누른다.) 인상 좀 펴게나. 그러다 이마에 주름 잡히겠군. 그리고 다음엔 순순히 잡혀준다고 누가 그러던가? (장난스러운 투다. 바로 직전에 노력해보겠다고 한 참인데도... 하지만 한번 다짐해서 자제할 수 있는 것이었더라면 애당초 장난 치지 않았을 것이다. 말문 열릴 때까지 기다리다가, 귓가에 답변 들려오면 조금 놀란 얼굴이 된다. 시선이 허공을 구른다.) 어떤 일이 생겨도, 라는 전제는 꽤 두루뭉술하네만... 설마 자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듣는 날이 올 줄은 몰랐군.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면 안 되는가. 그러니까 즉, 오늘부터 삼시세끼 함께 먹어주겠다는 뜻인 겐가? 산책도 같이 하고?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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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잔소리처럼 더 했을까. 미간을 손으로 눌리자, 눈을 꾹 닫아버린다. 이내 작게 한숨을 쉬며 당신, 짜증 납니다. 하고 덧붙였다.) …제법 순순히 잡혀줄 거라 생각하는데요. 도망가실만한 체력도 없지 않습니까. (이번엔 약골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기에 그저 그 말을 늘려서 다시 말한 것일 뿐. 이어 고개를 기울인다.) 그게 친구가 됩니까? 친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음, 비즈니스적 사이? 그 정도면 저도 꽤 양보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삼시세끼 함께 먹어주고 산책도 같이하는 것도 좀. (다시 어두운 표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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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에 잠시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손 거둔다. '그런 말 하는 것 치곤 나와 잘만 어울려주고 있으면서?' 대꾸하는 말만은 천연덕스럽다.) ...짧게 말하면 짧게 말하는 대로, 길게 말하면 길게 말하는 대로 오기 생기게 하는군... 그래, 두고 보세.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잖나. (그렇게 말하는 얼굴 불퉁한 것이, 당장 오늘 낮에라도 체력 단련을 위해 섬을 몇 바퀴고 돌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말엔 아아... 하고.)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럼 대체 어떤 부분이 '어떤 일이 생겨도 같이 있는 것'인가? 방금 생긴 신뢰가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네만 진심으로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가! (호통. 하지만 괜히 한번 해본 말인지 곧내 차분해진다.) ...뭐,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서 했던 말이니 이 정도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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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찬 듯 짧게 허, 소리가 나더니 제가 놀아드리는 겁니다. 하고 대꾸한다. 정작 놀아주는 건 다른 사람 같지만. 지그시 바라본다.) 제가 못 잡는 일이라도 생기면 소원이라도 들어드리죠. (그리 단언하는 걸 보니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호통을 치는 모습에는 저도 모르게 양쪽 귀를 손으로 살짝 덮는 행동을 한다.) 알겠습니다. 네네. 그럼, 오늘부터 삼시세끼를 같이 먹고 산책도 같이하고 다니는 걸로 합시다. (누가 봐도 대충 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설렁설렁 말하고 나면,) 이거 하나만 물어봅시다. 카코 씨가 생각하는 신뢰를 주는 건 어떤 행동인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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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시선 옆으로 한 바퀴 구른다. '그럼 그런 걸로 하지'.) 소원이라, 그 정도로 자신 있단 뜻인 게지? 후회하게 될 걸세. (이게 뭐라고 이러고 있는지... 설렁설렁 대답하는 모습에 불만 표하려는 듯 으음, 하고서 보란듯 고개 삐딱하게 기울인다.) 글쎄, 신뢰를 주는 행동이란 게 달리 있겠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쌓이는 게지. 그러니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의 신뢰가 가장 얻기 어려운 걸세. 깨지기는 가장 쉽고... (음. 말 마치고 나면 잠시 허공을 본다. 어찌 됐든 저쪽에서 용기를 내줬으니 보답하는 것이 도리였다.) 하지만 우리의 지난 몇 주가 그랬듯 자네와 내가 저런 식으로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니 과감히 다른 수를 둬보도록 하겠네. (주목하란 듯 박수 짝짝.) 지금부터 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주게나. 준비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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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정도로 자신 있습니다. (삐딱하게 기울인 모습에 뭡니까? 하고 불만스럽게 말한다. 정작 타인의 불만은 저도 불만으로 받아들였다.) 질문이라… '솔직하게'라는 조건을 붙이는 걸 보니, 꽤나 흥미로운 답변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군요. (가만히 상대를 바라보며 짧은 침묵을 지킨다. 그런 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습니다.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다만, 질문의 본질이 모호하거나 비효율적이라면, 그에 맞는 솔직한 답변을 기대하시길 바랍니다. (자세를 약간 고쳐 상대를 똑바로 바라본다. 행동이 당연하게도 가벼운 도발이나 신뢰를 요구하는 분위기에 흔들림 없이 유지된다.) 질문 해보세요, 의미 없는 대화가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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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확신에 차있어서 재수 없네만. (물음에 대꾸하기보단, 고개 더더욱 삐딱하게 기울임으로써 불만 표하기를 택한다. 고개는 상대가 자세 바르게 고치고서야 다시 제자리에 돌아갔다. 상대방의 말에 잠시 저가 생각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다.) ...내 나름대로는 진지한 질문을 할 생각이었는데... 자네가 콕 집어 '모호하거나 비효율적이라면' 이라고 말하니 내 말이 자네에게 어떻게 들릴지 몰라 걱정되기 시작하는군. (헛기침하며 목소리 가다듬는다.) 질문은 이거라네. 이번 일처럼 포코나가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는 일이 두번 없을 것이라곤 보장치 못할텐데, 만약 포코나의 수법이 완벽히 먹혀 들여 내 상태가 나빠졌다면 자네는 나를 신뢰할 수 있는가? 내가 자네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혹은 곁에 두어도 안전할 거라고,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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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코 씨께서 저를 그렇게 느끼신다면 어쩔 수 없죠. (어깨를 으쓱이고 만다. 한동안 말없이 네 질문을 곱씹는 듯하다가,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당신과 함께 했을 때 당신이 설명하지 않은 것들을 토대로 상태가 나빠질 수 있음은 어느정도 짐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신뢰할 수 있냐, 하고 물으신다면…. 당신을 믿는 걸로 최선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면 저 하나 해가 되는 건 상관 없습니다. (잠시 너를 응시하다가, 메모장을 정리하며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그것도 감수해야 할 확률이고, 실질적으로 그런 확률은 낮다고 여기니까요. 물론, 당신이 저를 해하려고 할 땐 그에 따라 최선의 선택으로 대응할 것이기에 저도 당신을 해하지 않을 거라 확답은 할 수 없습니다만…그래도 낮은 확률이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길. 그래서 해답은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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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떨구고선 들은 답을 속으로 몇번 되짚나 싶더니,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뒤에 다시 상대를 응시한다.) ...그렇군. 사람 참 쉽게 변하지 않는구만. 벌써 재판이 세 번이나 열리고, 그만큼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렇기에 더 이성적으로 굴 수 밖에 없는 건가. 중얼거린다.) 어느 정도의 효율이 보장되었을 경우에만 나를 믿어준다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몹시 신경 쓰이네만, 극히 냉정한 답변인지라 오히려 안심했다네. 즉, 쓸모만 있으면 된다는 게지. 주특기일세. 그리고... 마음에 두지 않아. 오히려 경각심을 일깨워줘서 고맙군. (곧 딱딱한 태도를 풀고, 팔 앞으로 내밀어 기지개를 편다. 끄덕였다.) 그래. 이제 별 방법 없잖은가. 믿는 수 밖에는... (한숨 내쉬고.) 생각을 너무 했더니 피곤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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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듣고선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표정 변화는 거의 없으나, 너를 응시하는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네, 쓸모만 있으면 됩니다. (한참을 말이 없다. 네 말을 들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가를 매만진다.) 당신은 조수입니다. 그것을 인정받아 셀루도스가 되었고요. 효율적이지 않은 당신을 제가 짐으로 여기며 다니는 것도 당신이 원치 않아하실 것 아닙니까. 강제로 믿으라는 건 아닙니다. 저도 당신에게 있어 그만큼의 쓸모를 다 할 거니 마음대로 말처럼 쓰셔도 됩니다. (다소 딱딱했던 몸을 풀며 자리를 살짝 정돈했다. 시선은 어딘가 멀리 두고 있지만, 마치 생각을 정리한 듯한 안정감이 보였다.) 피곤하다면 짧게라도 쉬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면 마츠리라도 즐겨보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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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라. 중얼거린다.) ...능력이나 재능이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어. 하지만 능력을 입증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다면, 인정은 곧 명성으로, 명성은 곧 입지로 이어지지. 그래. (중얼거림 끝에 명쾌해졌단 듯 '이제 명확해졌군.' 한 마디 뱉는다.) 완전히 납득했다네. 내가 자네를 믿는 건 강제나 억지에 의해서가 아니야. 그런 감성적인 것보다는... 거래에 가깝군. (뜻 모를 소리 하고선 웃었다.) 방금 대화로 조금은 자네를 이해할 수 있었다네. 자네, 거짓말은 못 하겠군. 그건 너무 비효율적이니까! (한 바퀴 빙 둘렀지만, 결국 솔직한 사람이니만큼 신뢰할 수 있겠다는 뜻이다. 마츠리라는 말에 건너 빛 반짝이는 곳을 본다.) 음, 그럴까? 자네는 뭣 좀 즐겼는가. 먹거리라거나, 놀거리가 이것저것 많았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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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셀루도스라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입지를 다졌다는 게 되겠죠. (잠시간 너를 응시한다. 응시 끝에는 여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거래는 참 좋죠. 서로의 이익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고 자기 장점을 이끌어서 하는 것이니까 효율적일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왜인지 저만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신만 저를 이해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묘하게 표정이 살짝 찌푸려진다.. 저는 갈수록 당신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하고 작게 중얼거린다.. 시선을 옮겨 섬 너머를 보면,) 아뇨, 어렸을 때 즐겼던 것이라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생각이 되어서요.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안 즐기셨으면 간단히 즐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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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이지. 애당초 서로에게 이득 되지 않는다면 성립되지 않으니 말일세. (마주본다. 중얼거리는 말 듣고는 또 찌푸리는가, 핀잔 주려다 결국 아무 말 않았다. 섬으로 향하는 다리 쪽으로 돌아선다.) 그래? 아직도? 그렇다면 자네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닐지. (넉살스러운 말과 함께 몇 걸음 걷다가 흘긋 돌아보곤 턱짓했다.) 어서 가세. 어릴적이랑 지금이 같은가? 모처럼 마련된 축제이니만큼 충분히 즐겨주는 게 예의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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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옮겼다. 느리게 발걸음을 옮기는 꼴이 석연치 않은 모양이다.) 제 노력은 이미 충분하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그런 말을 꺼낸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큰 노력이었는데요. 그리고 당신이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꺼내지 않습니까. (말이나 잘하시네요. 하고 뚱해진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별 생각을 가지고 한 말은 아닌 듯.)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같지는 않겠죠. ……그럼에도 가서 할 것도 없을 걸로 생각되는데도요. 오늘 요리 하신 건 잘 봤습니다. 그. 마왕 컨셉으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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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 말이 자네 딴엔 큰 노력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네. 내가 하는 말이 알기 어려웠다면 물어보지 그랬는가? 답해줬을 텐데. (지긋이 본다.) 사람을 앞에 두고선 쓸모나 논하고... 솔직히 말하게. 자네에게 불필요한 부분은 별로 궁금하지 않지? (그런 말로 괜히 한번 꼬투리 잡아본다.) 할 일이 왜 없는가. 먹을 게 잔뜩인데. 놀 거리도 잔뜩이고. (먹거리를 손 꼽아가며 나열하다 이어지는 말에 허, 한다.) 진짜 컨셉 잡고 나온 건 이치리키 군이긴 했네만... 일단 나도 마왕이긴 했지. 어울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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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봐도 제대로 대답을 해준 적이 없으니 그렇습니다. (쯧. 혀를 차고 발걸음을 옮겼다.) 불필요한 부분까지 궁금해야 합니까. (팔짱을 끼고서는 너를 지그시 바라본다.) 먹는 거에 취미 없고, 노는 데에도 취미가 없으니 원. 그러는 카코 씨는 그런 것들에 취미가 있으십니까. (고개를 기울였다가,) 이치리키 씨도 노력하시긴 했는데, 본인도 좀 더 노력하셨어야죠. 마왕 카코 씨께서 소개해주시는 음식이나 먹으러 가죠.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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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챕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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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실에 코트 널어놓고서 푸드코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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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는 게 좋을 걸요. (이미 잔소리 왕창 듣고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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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혼날 때 혼나더라도 배부른 돼지가 되려고 하네만. (슥 훑는다.) 상태가, 영... 치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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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칭호 하나 더 생겼다.) 대충요. 그럼 저도 배고프니 이거 하나 주문해주시죠. (핫도그 하나를 꾸욱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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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약골에, 겁쟁이에, 이젠 돼지이기까지 하다는 겐가. (불명예스럽다.) 엇. (누르는 것 보고선.) 여기 있을 게 아니라 보건실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만... 우선은, 그래. 그럼 같이 들지. (가까운 테이블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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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약골에 겁쟁이에 돼지까지 되셨으니 다른 호칭 좀 노려보세요. (주문 되면 가까운 테이블에 가서 앉는다.) 보건실은 저희 일 처리하는 데에 자주 가서 이제 안 가고 싶습니다. 옷은 세탁하셨습니까? (그러다 음식이 나왔다는 호출 벨이 울리면 움직이지 않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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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충분히 불명예스러운데 여기에서 더 불명예스러워지라고? (테이블로 가며 조잘거린다.) 겁쟁이는 슬슬 빼주지 그러나. 나는 보통 각오로 자네 제안을 수락한 게 아니었네만. (보건실 이야기에 그럴 만 하다 싶어 한번 끄덕이고, 세탁 이야기에 긍정의 의미로 또 한번 끄덕인다. 그러다 바라보는 시선에.) ... ...그래, 알겠네. 내가 가져오지. (벌떡 일어나 픽업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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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천재라거나, 천사라거나. 그런 쪽의 호칭이 생길지. (겁쟁이를 빼줄 생각은 없는지 어깨를 약간 으쓱였다.) 어떤 각오였는지 다시 한 번 들어나 봅시다. 음식이 식기 전에나 돌아오세요.(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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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말게나. 자네가 나한테 좋은 호칭을 붙여줄 리 없잖은가. (어쩐지 그런 확신에 차있다... 이어지는 말 들으며 픽업대에 갔다가, 갓 나와 따끈따끈한 음식들이 올라가 있는 쟁반과 함께 돌아온다. 테이블 위에 뒀다.) 정말 어떤 심정이었는지 몰라서 묻는가? 그건 내 신뢰의 증명이었네. 최악의 경우, 자네 마음이 바뀌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응했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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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너무 박하게 보시는군요. 저도 좋은 일은 잘했다고 말하는 편인데요. (네가 떠날 때 한숨을 쉬었다가 음식이 오면 제것을 챙겨 제 앞에 두고 쟁반은 네쪽으로 살짝 밀었다.) ……흠. 그건 인정하죠. 제가 다른 마음을 품었을 경우 정말 못 깨어났을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카코 씨도 제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정도는 알고 있어서 맡기신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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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 일로 뭐라도 한 마디 칭찬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무사히 마쳤는데? ...물론, 조금 늦었긴 했네만... 사루 군이 아니었다면 자네의 생사는 보장할 수 없었겠지만... ...생각해 보니 전혀 '무사히'가 아니로군. 그냥 약골 겁쟁이 돼지인 채로 살겠네. (말하는 동안 알아서 결론 내렸나... 햄버거 껍질 까서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음. (한 입 더.) 그건 그렇지. (느리게 긍정한다.) 가장 마지막에 했던 대화가 컸어. 그게 아니었으면 어쩌면 나는 마지막에 도망쳐 버렸을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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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짧게 침음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이번은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믿고 따라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칭찬으로 뭐…쓰다듬어 드리기라도 할까요? 뭐,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저는 언제든지 장기말로 써도 된다고. (그리고 저도 한 입 집어 넣는다. 우물우물 씹다가)도망쳤으면 평생 역적이 되셨을 걸요. 아니면 제가 진짜 살인자가 됐다거나. 둘 중 하나는 되셨을 텐데. 굳이 고르자면 어느쪽이 더 좋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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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 듣고 나면 어쩐지 미묘한 얼굴이 된다. 기쁜 것도 아니고, 언짢은 것도 아닌...) 순순히 해주다니. 자네답긴 하네만... 쓰다듬은 되었네! 이 나이 먹고 그게 웬말인가. (배가 고팠는지 금세 먹어치운다. 장기말이라는 말에 낮게 한숨 쉬었다.) 그래, 나는 분명 자네의 그런 면... 그러니까, 효율을 따지는 모습 때문에 명을 걸었지만, 사람은 장기말이 아닐세. 나도, 자네도,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자네는 삶에 어떤 미련도 없는가? (타박하듯 늘어놓고는, 이어지는 말에 썩 달갑잖은 얼굴이 된다.) 꼭 골라야 하는가... ...둘 다 싫네만. 역적이 되어 질타 받는 것도, 죽는 것도. ...도망 안 쳤으니 됐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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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해줘도 웬 표정인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한 입 더 먹을 뿐이다.) 하지만 실리를 따지기 위해서 라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당신도 그런 일을 겪는다면 당신 자체를 말로 쓰지 않겠다고 어찌 장담하십니까. (이어진 말엔 가만히 있다가 피식, 웃는다.) 네, 그걸로 됐습니다. 역적이 되어 질타 받는 것도, 죽는 것도 이제 더는 안 해도 되니 얼마나 다행일까요. …네, 전부 다 잘 된 일입니다. ……이제 나갈 방법만 찾으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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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와는 달라. 전체의 효율이나 실리보다는 나 자신의 안위가 최우선인 비겁자라,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일 없다네. 알잖은가? 내 쪽지를 가장 먼저 확인한 주제에. (뜯지 않은 케첩 모서리로 공연히 핫도그나 직직 긁으며 말 잇는다.) 나갈 방법인가... ... (한숨 깊다.) 이 중에서 가장 난제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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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딱 나온 게 카코 씨 비밀인 걸 어떡합니까. 모두에게 비밀을 알리게 되어 죄송하게 됐습니다. (고개를 까딱. ) 뭐... 카코 씨께서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면 더는 말 안 하겠지만, 그것도 제법 트라우마 생기는 일 아닙니까. 그거 보고 계속 계획을 진행해도 될지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말끝을 흐리고서는) 포코나 멈추는 곳에 나갈 방법이 써있진 않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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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당해서 진심인지 겉치레인지 헷갈리는군. (눈 가늘게 좁히고 보다가, 곧내 됐다는 듯 한숨 쉬며 손 내젓는다.) 되었네. 포코나가 알고 있었던 걸 보면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알려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도 조금 있던 차에... 차라리 타이밍이라도 미리 알아 다행이지.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영 모호한 얼굴이다가, 다시금 고개 털어 생각 날려버린다.) 그런 게 있었다면 재판에서 말했을 걸세. 방안을 찾지는 못했어도 포코나가 사라졌으니 행동 반경이 넓어지겠지.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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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거짓말 잘 안 합니다. (무해하다는 듯 양손을 들어올려 보였다.) 포코나는 모르는 게 없어 보였는데 이런 비밀은 또 어찌 안 것일지. 그래서 그 모든 게 공개될 마음의 준비도 많이 하셨습니까. 어찌보면 카코 씨는 마음까지 연약하시네요. 저는 포코나가 제 이야기 할 때 순간 오. 하는 소리를 낼 뻔했지 뭡니까.(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이미 먹던 건 먹다 내려놓은지 오래다.) 큰 산을 하나 넘었더니 더 큰 산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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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잘' 안 한다? (성향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꼬투리 잡는다.) 그거야... 난들 알겠는가. 아무리 꽁꽁 숨겨도 결국 드러나지 않는 비밀은 없다는 거겠지. 그리고... 하아. (이어지는 말에 또 한번 한숨. '내가 보기엔 자네도 말에 무게감을 좀 가져야 해.' 중얼거리듯 덧붙인다.) 지금은 다른 생각 말고 회복에 전념하지. 이제 막 큰 일 해치운 직후인데 조금은 쉬어도 되는 것 아닌가? 이를테면 나는... (깜빡.) 여기에서 나간다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은지, 에 대해서 듣고 싶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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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거짓말 안 하고 삽니까? 재판 내내 제가 살인자다, 하고 생각하며 말하느라 큰일 날 뻔했습니다. (시간 늘리는 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리 덧붙이며 회상하곤 피식 웃었다.) 저나 카코 씨나 생명을 두고 도망친 건 똑같으니. 그런 비밀이라서 저희가 서로 알아챌 수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낮게 읊조리듯 말했다. 이어진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곤) 네, 조금은 쉬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간다면……. (음.) 역으로 물어보죠. 카코 씨는 뭘 하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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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꽤 잘해냈던 모양이던데. 다들 한 마디씩 하러 오는 걸 보면... (웃는 모습 보곤.) 이왕 할 거 우리가 올 때까지 조금만 더 버티지 그랬는가? 그랬으면 다칠 일 없었을텐데. ...(잠깐. 말 꺼내다 보니 어쩐지 꽁해진다.) ...왜, 그건 너무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라서 싫던가? 내가 자네 처형 장면을 못 봐서 구체적으론 모르네만 뻔하지. 자네, 살기 위한 발악조차 안 했지? 그렇게까지 우리가 못 미덥던가? (다다다다... 한참 쏘아붙이고선, 후. 가다듬는다. 생명이라는 말에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자네가 의사일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네.' 덧붙였다.) ...질문이 이렇게 돌아오는가? 내가 먼저 질문했네만. 그냥... ...(등받이에 기대선 한참 고민한다.) 하사이 군과... 요코하마항에 있는 생선구이 가게에 가기로 했어. 그 다음은, 음. 집에 가서 쌓인 먼지를 싹 걷어 내고서, 집 앞 공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치고 앉아 있고 싶은 기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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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외우겠습니다. 그게 진심었냐,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한 거냐, 그런 것들. (이어진 말에는 어휴. 한숨을 내뱉으며 귀를 살짝 덮었다.) 덕분에 포코나 속이는 덴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잔소리는 좀 멈춰주시죠. 골 울립니다. (검지를 입가에 붙이며 쉿, 하는 제스처를 한다.) 누가 그렇게 당신한테까지 일러바쳤대…… (구시렁거리면서, 팔짱을 낀다. 그럼 다른 거일 줄 아셨나 보군요. 하고 말하면서.) 사실 그 선택을 하는 순간부터 이렇게 살아날지는 계획에 없었어서. 앞으로의 계획이 전무합니다. 계획 없이 살아본 것도 처음이라 당신 참고 좀 하려고 했죠. 저도 당신처럼 요코하마항에 있는 생선구이 가게에 가서 집에 쌓인 먼지 좀 걷어내고 공원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앉아 있는 걸로 결정하겠습니다. 대답이 됐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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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함께 일을 꾸민 것과는 별개로 발언에 대한 신뢰는 적은지라 잠깐 심각한 얼굴이 됐다가.) 마음 같아선 더 하고 싶은데... 자네가 환자라서 봐주는 걸세. (영 못마땅한 투로 대꾸하곤 물러선다. 의사인 건 그렇다 치고, 하고 많은 것 중 수의사인 게 의외라네. 그런 대답도 함께 말하고선.) 계획이 없다곤 해도 섬 외부에 신변 정리를 한 것도 아닌데 달라질 것 있겠는가? 별달리 하고 싶은 게 있는 게 아니라면야 자네가 지내온 일상을 이어 나가면 되지. 케어하던 동물들이 있다면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테고... (이어지는 말에는 의외로 고개 끄덕인다. 바로 그거라는 듯이.) 그거 잘됐군. 안 그래도 하사이 군과 그 이야기를 할 때, 이 섬에서 나가면 영영 얼굴 안 볼 것 같은 이들이 있으니 반드시 함께 식당에 끌고 가 회식이라도 하자는 말이 나왔었다네. 그럼 약속한 걸세? (속전속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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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했던 말을 회상하는 듯 잠시 말이 없다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더는 살인하지 말아달라 하면 안 죽일 것도 아니지 않느냐,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이 없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은 안 하겠다, 뭐 그정도요.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는 그만하겠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를 가리키며 제가 그렇게 동물 안 좋아하게 생겼나요. 하고 답한다.) 실종 되었으면 부모님이 알아서 처리했겠거니, 개인 병원이지만 케어하던 동물들은 제가 아니어도 고용한 사람들이 있으니 어느정도는 돌봐줬을 거라 생각해서 별 문제가 없긴 합니다. 카코 씨도 그러시지 않습니까. 본인 사무실이지만 알아서 처리했을 거니까. (이어진 말에 눈을 끔뻑이면서 말이 없다. 음? 하는 소리가 잠시 나왔다가)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됩니까? 그건 각자 할 수 있는 거 아닌지. ……이 셀루도스들이…. 시간이 그렇게나 많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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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아아, 공포의 주둥아리... ... (중얼...) 입장 바꿔 생각해보게. 사람한테도 그렇게 무정한데 동물한테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 상상이나 가겠는가? 그러니까, 상상이... 잘. (머릿속으로 동물 안아들고 환하게 웃는 스이레이를 떠올렸다가 안색 죽는다. 어쩐지 상상해선 안 될 걸 상상한 기분이.) 아니, 그거랑 그게 어떻게 같은가!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닐세. 자네는 정말 남겨질 이들의 마음은 조금도 생각해주질 않는군... (조금 인상 쓴다.) 안 될 건 또 뭐가 있지? 이 섬을 떠나게 된다면 다시 요코하마항에 도착할 것 아닌가? 어차피 식사는 해야 할테니 밥이나 먹고 헤어지자는 건데. 오래 붙잡지 않겠네. 길어봐야 한 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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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칭호입니까 그건. (삿대질.) 표정은 또 왜 그러십니까. 동물은 거짓말 안 하고 착하고 귀엽지 않습니까. 인간보다 나은 게 훨씬 많은데요? (다시 또 삿대질.) 남겨질 이들의 마음은 간 사람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법 아닙니까. 그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네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삿대질 하던 손을 네 미간 사이에 콕, 짚었다가 뺀다.) 새벽에나 도착하면 어쩌게요. 그러면 얄짤 없이 헤어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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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입이 재앙덩어리인데 어떡하나, 그럼! 동물이 사람보다 나은 면이 있다는 건...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내가 놀란 부분은 자네가 무언가에게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일세. (삿대질 당하는 내내 착실하게 반박한다.) 그리고 또, 아무리 그래도 생각해주는 척이라도 할 수 있는 걸, 자네는... (이 즈음에 인상 쓴 미간 콕 찔린다.) ... (눈 꾸욱 감았다 뜨더니...) ...그런 척조차 하지 않으니까 문제라는 걸세. (손 빼기 전에 잡아채더니, 네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 꾸욱 힘 줘 잡는다.) 그럼 아침까지 기다려주게. (음, 뻔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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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람이 입을 닫고 살아요? 게다가 저도 사람한테 정을 쏟을 수 있습니다만? 그럴 사람이 없었던 것 뿐이지. 제가 너무 정 없는 사람으로 보였나 보군요. (인지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절레 돌리다가, 손가락이 잡히자 빼지 않고 음. 하고 침음한다.) 아침까지 기다리는 것도 힘들 텐데요. 일단 뭣보다 겨울이라 추울 테고. 아침에 단체로 식사할 장소를 찾는 것도 힘들 겁니다.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하나 사서 먹고 헤어지는 게 아닌 이상……. 안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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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다듬어서 말해보자는 걸세. 다듬어서. (거듭 말하고서, 이해했냐는 얼굴로 본다.) ... (이어지는 말에는 잠깐 말 없이 표정 살피다가.) 정말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게지? (육안으로 보기에도 그래보였으므로 이후로 말 없다.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더 말 붙이는 대신, 부러 심각한 얼굴로 손가락 방향 천천히 돌리더니 스이레이 스스로 볼 콕 찌르게 만들고선... 흠, 장난스레 웃으며 손 놓는다.) 아침 일찍이 여는 식당이라 괜찮네. 새벽을 날 수 있는 곳이야 찾아보면 여기저기 있을 테고, 아예 하룻밤 숙박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애당초 새벽에 도착한다면 자차가 있지 않은 이상 항구에 발이 묶이게 될 텐데? (어쩐지 완곡하게 돌려 거절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부러 말 꺼내진 않는다. 그러면 정말 거절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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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하고 싶지 않은지 얼굴은 그대로 둔 채 시선만 잠시 피했다. 이어진 행동에는 음? 하고 짧은 소리를 냈다가 지금 뭐하는 겁니까? 하고 미간을 좁히며 표정을 굳혔다. 전혀 귀엽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새 식당을 또 생각해두었다 그 말씀이시군요. ……. (하아. 부러 큰 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싫다고 해도 또 끌고 가실 거 아닙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참여는 하지요. 어차피 돌아가는 길은 웬만해서 똑같을 거고…다시 만나서 껄끄러운 일 없으면 했으니. 저는 카코 씨께서 비밀을 알고 있는 저희들을 멀리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깝게 지내고 싶으신가봅니다. 나가서 연락이라도 하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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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동물에게 하는 것의 반절만 하자는 거네만. 더도 덜도 안 바라네. (시선 피하자 말하는 방식을 바꾼다. 표정 굳히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지 않고 아핫, 웃는다.) '또' 라니, 내가 언제 자네 싫다는데 끌고 간 적 있었나? (많을지도... 이어지는 말에 눈 꿈뻑이더니 음, 하고.) 나는 위협은 가까이 두자는 파라서. 왜,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 더 꺼려지지 않나? (여기까지 말하고 웃더니.) ...라는 건, 얼마 전까지의 이야기고. 자네 계획에 동참한 시점에서 비밀 같은 건 이제 아무렴... 되었네. (한숨 쉰다.) 거기 연연할 거였다면 그 때, 자네가 내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점에서 이미... (말하다 고개 털어낸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 말해서 뭐하나.) 연락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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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랑 인간이랑 다른 데 어떻게……. (꾸깃, 표정을 더 구기고서 뭘 또 웃습니까. 하고 정색했다. 곧 마른 세수를 하더니 표정을 원상태로 고쳐 돌아온다.) 당신 말고도 끌고 간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럽니다. (이어진 말에 눈을 끔뻑이며 바라보다가,) 이런, 제가 먼저 선수치지 않았다면 정말 포코나가 말한대로 이루어질 뻔했군요. 전 개인적인 궁금증이라도 해소해야 하니 그 쪽지를 샀을 테고,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카코 씨를 불렀겠고. ……. 결과적으로 좋게 된 건지, 참. (다 살았으니 다행이지요. 하고 말하며 시선을 내리 깔았다.) 연락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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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동물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싫어하는 건가. 그럼 여기 있는 이들도 싫은가? 조금이라도 친근하게 대해보려는 노력을 하기 싫을 만큼? 자네 끌고 가겠다는 사람 많은 걸 보면 모두들 자네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언제 웃었다고 그러나. 여상히도 웃음기 걸린 채로 시선 피하며 뻔뻔히 대꾸한다.) 개인적인 궁금증~? (그러다 못 들을 소리 들었다는 듯 말꼬리 길게 늘리며 허, 하고.) 자네 정말... 사람 조심할 줄 모르는군. 그 쪽지에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말 흐린다. 그래. 결론적으론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된 게지. 덧붙이고선 이어지는 말에 두어번 눈 깜빡이면, 나오는 답은 의외로 깔끔하다.) 뭐, 그래야지. 싫다는데 연락해봤자 불청객 밖에 더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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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됐습니다. 제가 졌어요.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탁, 이마를 짚는다. 이내 곧 머리를 쓸어 넘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과하게 착하죠. 저는 지금 이 상태로도 조금이라도 친근하게 대하려고 노력 많이 한 겁니다. (여기서 더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리 말하면서 궁시렁댄다.) 왜 죽었는지는 이야기 안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당신 비밀이나 제 비밀이나 도긴개긴인데 제가 두려워해도 당신을 두려워 하겠습니까. 전 두려워 할 게 따로 있죠. (무언가를 생각하듯 잠시 시선을 내리 깔았다가 "그렇군요."하고 답하는 것이 평소답다.) 그것도 마음대로 하세요. 이미 뿌린 전화번호도 있고, 다른 분들도 전화 남기신다고 하셔서 누구는 전화해라, 누구는 하지 말아라 구분할 그런 게 못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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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결과였다는 말이 나는 역시 못내 받아들이기 어렵긴 하네만, 이제 그만 괴롭히겠네. (졌다는 말에 어깨 으쓱이며 한 걸음 물린다. 꼭 한계치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려는 사람이었던 것 마냥.) 그으렇군. (아직 조금 황당하다는 듯 말 늘이다가...) 나는 누구 계획 때문에 재판에 늦게 참석해서 자네 비밀이란 게 뭔지 모르네. 말해달라면 말해줄 텐가? 그게 공평하잖아. (얄미워 그냥 한번 말해본다는 듯 가벼운 투. 이어지는 말엔 헤죽 웃더니 곧장 답변 나온다.) 응, 그럼 연락하지. 언제가 될진 모르겠군. 기르는 동물이 없어서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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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같았으면 이야기도 안 하고 그냥 방에 들어가서 칩거 생활 했을 겁니다. (혀를 쯧, 하고 차고나서는.) ……과거 일이니까 상관 없나. 당신도 연관되어 있는 이야기긴 한데, 가사상태로 만드는 걸 연구하게 해줬던 연구소가 있습니다. 거기서 이런 저런 실험을 했고, 저는 그 동물들을 못 본 척 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했었습니다. 자, 이제 공평해졌죠? (제법 덤덤한 투로 말한다.)기르는 동물이 있어야 수의사한테 연락한답니까. 다른 분들은 그냥 한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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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처음 만났을 때 자네는 분명 '데면데면 지내다 집에 돌아가겠다'고 했으니까. 그 말에 상처 입어서 기억한다네. (농담인 듯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러곤 이어지는 말이 썩 덤덤해서, 듣고 나면 어쩐지 들은 쪽이 더 불편한 기색이 된다.) ...으음. ...그래. ... ...괜히 들었군. 마음이 불편해졌어. 적어도 다른 이 아닌 자네에게 목숨 맡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그냥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겠군. (제 이마 손으로 탁, 치고는 다른 화제로 넘어간다. 부단히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자네가 좋아하는 동물이라도 같이 데려가지 않으면 면전에서 쫓겨날까봐 겁이 나서 말이지. 병원 예약이라도 잡지 않는 이상 사적인 연락은 보지도 않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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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에 상처를 받았단 말입니까…. (농담도 이해 못하고 왜... 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네가 불편한 기색이 되면 시선을 잠시 돌려서 다른 곳을 바라보다 목 뒤를 매만진다.) 다 지나간 일 아닙니까. 거기에 갇혀 살기엔 이제 더 큰 일도 겪었었고요. (그리 말하면서도 살짝 눈가가 떨린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테이블 위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다.) 그럼 동물이라도 하나 키워보시지요. 좋아하실만한 동물로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병원에 유기된 동물이 꽤 있거든요. 제가 담당해서 몇은 키우고 있지만 전부 다 데리고 있기는 늘 힘든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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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았네만, 문제 있는가? (눈빛을 보아하니 구구절절 해명해 봤자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신 뻔뻔하게 받아치기를 택한다.) 글쎄, 아직 과거에 갇혀 살고 있는 사람 앞에서 다 지나간 일 아니냐고 해도 말이지... 정말 괜찮다면 되었네만, 억지로 괜찮은 척 할 필요는 없어. 이렇게만 말해두겠네. (그 일련의 행동 보고는 눈 느리게 깜빡이다 시선 돌린다. 모른 척 해주겠다는 듯이. 이어지는 말에 '부정은 안 하는군.' 중얼거린다.) 입양을 이렇게 가볍게 결정해도 되는가? 나는 혼자 사는 데다 바깥을 나돌아 다니는 게 일과네만. 동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입양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네. 아는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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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문제 많죠. 왜 그때 지적하지 않았는가부터 시작해서, 할 말 많습니다. (상대가 그리 나오자 저도 뻔뻔하게 나온다. 이어진 말에는 숨을 깊게 내쉬면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덧붙인다.) 가볍게 결정해서는 안 되지만 생각해볼 기회는 한 번씩 줘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필요한 건 따뜻한 집, 잠자리, 먹을 것을 제공해주는 행위니까요.(손가락을 하나하나 접다가,) 아는 것 하나 없어도 데리고 키우다보면 점점 아는 게 늘어날 테고. 궁금하시면 저희 집에 오셔도 됩니다. 집에 가끔 데려가거든요. 그러다 맘에 맞으면 한 마리 데려가고 하는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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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내가 그걸 물고 늘어지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불만 표현하려는 듯 고개 삐딱하게 기울이고서 본다.) 자네 할 말보다 내 할 말이 더 많을 터라 그래봤자 내 승리일세. (유치한 승부로 예상된다.) ...으음. ... ...으으음. (그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분명 그냥 한번 해본 말이었는데.) 그래, 당장 결정할 것도 아니고. 보는 것 정도는... 책임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알았네. 그럼 다음에 한번... (결국 끄덕인다.) ...어째 말리는 기분이군. 이런 식으로 몇 마리나 입양 보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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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나 못하면요. (흠.) 직접 찾아와라, 한 건 처음입니다. 이런 식으로 입양 보내기보다 보통은 유기 동물 어플을 이용하는 퍈인지라. 그리고 제가 모두 감당하기 어려우니 대부분 처치가 끝나면 센터에 보내는 편이죠. (그건 썩 달갑지 않습니다.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평소엔 제가 늘 말리지 않았습니까. 좋은 일이니 함께 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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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유기 동물 입양 보내기가 그렇게 어렵다던데. (생각하듯 제 팔짱 낀 손으로 팔 언저리 톡, 톡 두드리다가) 내가 입양을 하든 하지 않든 정리해둔 정보가 있다면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보내주게나. SNS에 홍보해보겠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보는 이가 꽤 있으니까 말이야. 한 곳이라도 더 올려보는 게 확률이 높아지겠지. 그리고, 좋은 일이라고 턱 새 식구를 들이기엔... ...(이것저것 재고 따져보다 다시 제 이마 탁, 치곤 생각 관둔다.) ...지금 생각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 역시 직접 보고 판단하겠네. 너무 기대하진 말게나. 난 지금껏 나 하나 돌보기에도 벅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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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긴 합니다. 그래서 저도 임시 보호를 가끔씩은 하고 있고요. (이어진 말엔 고개를 끄덕인다.) 카코 씨께서 홍보해주시면 어느 정도 홍보는 되겠죠. 뭣하면 함께 지낼 공간을 마련해 둘 테니 결정하실 때까지 있으셔도 괜찮습니다. 잠깐 보는 걸로 결정하긴 어려우니까요. (이마를 많이 치네. 그리 생각하며 안 아프십니까? 하고 고개를 기울인다.) 많이 기대는 안 합니다. 대신 하나 돌보기에도 벅차지만 그걸 서로 도우면서 외로움을 해소해 줄 무언가가 있다면 뭐라도 낫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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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마련해 두겠다는 말에 눈 휘둥그레해진다.) ...그렇게까지? 자네 돈이 남아 도는가. (그만큼 동물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겠지. 알면서도 부러 장난스레 대꾸했다.) 나로서는 자네가 그렇게 성의껏 대해줄 수록 거절하기가 어려워지네만... 일단 알겠네. (그리고 괜찮아. 대답하며 약간 빨개진 이마 손으로 벅벅 문지른다.) 아니, 나는... 하. (잠깐 망설이듯 말 멈췄다가, 허공 보다가, 눈 꾹 감았다 뜨고서야 말 잇는다.) 외로움 이전에 다른 생명을 책임지는 게 무섭다고... (어째 안색 퀭하다.) 전적으로 내게 달려있잖나.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전부 내 책임이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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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벌고 쓸 곳이 동물들한테 밖에 없어서 돈이 남아 돕니다.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 함께 해주겠다고 말하는 거 아닙니까. 저 셀루도스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수의사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게 제가 둘 것 같습니까? 동물들한테? 다른 건 제 책임으로 넘기셔도 됩니다. (저를 가리켰다가, 너를 가리키면서) 적어도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그거야 말로 당신 책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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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을 곧이 곧대로 받아치는 것도 슬슬 익숙해진 터라 '아무렴 그러시겠지.' 대꾸하고선.)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라도 상대하고 있는 기분이군. 그래, 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긴 하네만. (저 가리키는 손가락 보고선 잠시 멍하니 말 뜻 해석한다.) ...무슨 일이라면, 어떤? 헷갈려서 말이네만, 혹시 지금 내 걱정을 하는 겐가? ...동물 걱정이겠지?